트럼프發 세계무역전쟁…동맹국조차 "분노·보복"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려는 기세로 세계 주요 경제국들과의 관세 충돌을 빚고 있다.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 핵심 동맹국들과도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發 '세계무역전쟁'이 발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6월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고, 이들 동맹국들도 즉각 그에 상응하는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 무역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멕시코, 캐나다 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1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미국의 이 같은 관세 정책이 핵심 동맹국들로부터도 “분노와 보복(AngerRetaliation)”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1일 캐나다 역시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은 물론 일부 식품과 농산품 등 광범위한 상품들을 대상으로 7월 1일부터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앞으로 2주 동안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할 때까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 간 이러한 관세 충돌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more significant)”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오는 20일부터 미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U는 또한 EU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문제를 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것이야말로 보호무역주의다. 우리는 국제 무역법에 전적으로 따름으로써 EU의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같은 날 멕시코 역시 미국산 철강과 파이프, 램프, 베리, 포도, 사과, 치즈제품, 돼지고기 등을 상대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하르도 장관은 미국의 관세부과로 인한 멕시코 상품의 피해 규모만큼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무역갈등은 지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대통령 포고 (Presidential Proclamation)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철강 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과 1974년 제정된 무역관계법 604조,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부과를 포고한다"라고 밝혔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62년 제정된 무역 확장법 232조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건의 물량이나 상황 등이 국가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관세폭탄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EU와 캐나다, 멕시코, 한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7개국을 잠정 관세 유예대상국으로 지정한 뒤 협상을 벌여왔다. 이들 국가 중 한국은 2017년 대미 철강수출량의 74%인 268만t을 쿼터로 설정하고, 쿼터 이내의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영구 면제받기로 합의했다. 아르헨티나와 호주, 브라질 등도 미국과의 관세 면제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그러나 EU와 캐나다, 멕시코와는 유예기간을 5월 1일에서 한 달 연장하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정면충돌 상황을 맞고 말았다. 

한때 봉합으로 가는가 싶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도 다시 험악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맞서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그램 등과 관련된 중국산 첨단 기술제품들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들 관세대상 품목은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이며 최종 대상 목록은 오는 6월 15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특정 분야에 대한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고, 중요 기술 품목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키로 했다. 중국인들의 대미 투자 및 대중 수출 통제 목록은 오는 6월 30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매번 태도를 바꾸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자기 나라 신용과 명예를 또다시 소모하고 낭비하는 것이다. 중국은 무역 전쟁을 하고 싶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적군이 쳐들어오면 장군을 보내 막고, 홍수가 밀려오면 흙으로 둑을 쌓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고집스레 함부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굳고 강력한 조처로 정당한 이익을 지키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