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춤한 산업금속…“무역전쟁 우려될 때 매수하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구리, 니켈 등 산업금속의 가격이 올들어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등 주요 산업금속 소비국의 경기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연초 가격 정체를 초래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2년 연속 두자릿수 가격 상승을 기록하며 투자에 대한 부담을 키우긴 했으나, 직전 경기회복기 당시의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승여력이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5일 코스콤(구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GSCI가 올들어 0.4% 하락한 가운데, 하위 섹터인 산업금속 지수는 -4.0%의 내림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닥터 코퍼(copper)’ 구리의 가격을 좇는 하위 섹터의 지수는 4.1% 내렸다. 두 지수 모두 지난 한 해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왔으나, 올들어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산의 가격 흐름을 좇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주식ㆍ채권ㆍ원자재를 통틀어 산업금속에서 자금유출 강도가 가장 강했다. 


이는 지난달 초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에 뒤따르는 금리 인상은 산업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실질금리가 기대보다 가파르게 오를 경우 유동성 긴축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며 경기 회복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회복과 흐름을 같이 하는 원자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이처럼 산업금속 가격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단기 잡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제외 대상에서 기존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호주를 추가했고, 유렵연합(EU)과의 대화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구리 등 산업금속 가격의 조정 빌미를 제공했지만,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는 단기 잡음으로 판단된다”며 “산업금속 부문의 한시적 가격 조정은 단기적으로 보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상승 여력도 여전하다는 평이다. 우선 산업금속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2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동기보다 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폭이 7%를 넘은 것은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의 달러화 기준 수출 증가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4.5%에 달해, 시장전문가 예상치(11%)를 4배가량 상회했다. 그럼에도 중국 내 산업금속 생산량은 환경오염 규제 여파로 감소 일변도에 있다. 중국 밖에서는 세계 최대의 구리광산인 칠레 ‘에스콘디다’ 광산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어 공급부족 이슈를 키우고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던 지난 2011년과 비교하면 구리값은 당시의 절반, 니켈은 3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경기가 그때만큼 회복세를 이어간다고 하면 비철금속의 가격은 현저히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비철금속, 철강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